남경진은 신체와 이를 둘러싼 사회, 문화, 정치적인 구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형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다층적인 영향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느슨한 연결 지점을 조망하며, 자신이 관찰한 현상을 미심쩍은 사건으로 재구성한다. 영상과 설치를 통해 믿음과 의심 사이를 진동시키고, 그 경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작업을 통해 관람객을 불온한 목격자의 위치로 편입시킨다. 〈Foal Slippers〉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걷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감각에 초점을 맞춘 영상 설치 작업이다. 인간의 발은 보행을 위해 하중을 견디는 이동 기관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도시를 사는 인간에게 발은 실제로 걷기보다 기후동행카드, 대중교통, 공유 킥보드 등에 이동을 위탁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업은 현대의 교통수단에서부터 직접적인 보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동 방식을 조명하며 도시에서 비도시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마찰의 물성을 드러내는 조각의 표면과 그것이 놓인 선반은 병치되며 미끄러질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