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노오경
〈흐르는 폭력〉
2024-2025, 2채널 영상, 사운드, 8분 58초
노오경은 유·무형적 폭력 속에서 비가시화되고 침묵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를 퍼포먼스와 영상, 멀티미디어 설치 등으로 시각화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탈북민,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민, 입양아, 재외 동포, 학살 생존자 등과 함께 작업하며 그들의 신체를 역사적 증언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유무형의 폭력 속에서 소외된 여성의 몸을 스크린과 설치로 옮기며, 이들의 반복되는 동작과 읽을 수 없는 웅얼거림, 파편적 기억, 누락되는 속삭임을 포착한다. 〈흐르는 폭력〉은 한국계 미국인 시인 김경희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영상 작업이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한강은 희미하고 거의 보이지 않는 피, 재, 유기물의 흔적을 품고 있다. 영상 속 목소리가 물속에 침묵되었던 폭력의 미시사를 시로 낭송할 때, 카메라는 물속으로 들어가 폭력의 흔적이 강물 속에서 섞여 흘러가는 순간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학살 희생자들을 태운 재, 한강에 갓난아이와 함께 몸을 던지려 했던 할머니의 피눈물,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잔여물들이 ‘우리’의 몸과 함께 흐르는 순간을 상상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