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윤경원
<Shipworm>
2024, 나무에 유채, 69×100×8cm
<Host colony>
2024, 나무와 캔버스에 유채, 77×46cm
윤경원의 작업은 때에 따라서 나무를 자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른 나무가 이후 어떤 쓸모를 갖게 될지를 상상하며 나무에 형상을 부여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의도치 않은 생김새의 조각들을 마주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고르지 못한 조각 혹은 다소 길쭉한 형태의 조각이 떨어져 나오면 작가는 우연한 그 조각들에서 되려 형상과 화면을 발견한다. 서로에게서 파생된 조각과 각기 해체, 재조합되어 온전하고 독립적인 화면으로 존재하다 언젠가 맞물려 공존하는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명백하게 존재의 구실을 갖춘, 정직한 사각 모양의 화면이 필요할 때면 부조물을 연상케 하는 불규칙한 나뭇조각들 사이에 그것을 배치한다. 평면으로 인식하기로 합의된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캔버스를 입체적 육면체로 바라보게끔 유도하는 <Shipworm>과 <Host colony>는 평면과 입체라는 차원의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틈 그리고 나무라는 회화적 재료를 재정의케 한다. 윤경원의 이러한 시도는 우리가 알던 화면을 낯설게 하며 그 본질적 의미와 기능에 대해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