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현은 예술이라는 관념과 ‘예술가’라는 상태적 조건에 대한 자전적 성찰을 바탕으로 ‘예술이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일지 질문한다. 한국에서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작가는, 예술가로 길러진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며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자신에게 가지는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토대로 믿음의 실체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고자 한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겸손한 제안』(1729)과 동명의 제목이 붙은 작업 〈A Modest Proposal〉은 웹상의 입시 커뮤니티에서 부유하는 미술대학 입학과 관련한 여러 글을 토대로 제작된 작업이다. 영상에는 ‘서울대 미대 입시는 실질적 로또’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을 작성한 사람과의 인터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입학 전형 개편 제안서의 작성 과정 등이 담겨 있다. 또 영상과 함께 설치되는 제안서는 수능과 실기 시험이라는 제도적 입시 구조에 대한 비판의 하나로 ‘무작위 선발 단계’를 도입하자는 내용으로, 사회학자부터 미술학원 원장까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