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정수현
<27.3>
2025, 가변 캔버스에 유채, 41×139.5cm
정수현은 대상을 구조화하고 해체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태를 예술적 형식으로 탐구한다. 작가는 회화를 다루는 과정에서 표면의 이미지에 주목하기보다, 캔버스의 천과 나무 틀로 이루어진 사물을 해체하고 그것을 다시 구조화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전통적으로 회화에서 목재는 캔버스에 가려지는 구조물이지만, 그의 작업에서 캔버스의 목재는 오히려 조각적 사물로 부상한다. 화면 너머의 실제적이고 물질적인 실상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와 물질, 실제와 환영, 구조와 해체는 교차한다. 〈27.3〉에는 양옆으로 나란히 놓인 물레방아 모양의 교량과 길게 차오르는 물줄기, 그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이 등장한다.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나타난 초승달은 찰나의 순간 밝게 빛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달로 형태를 변모하고 마지막에는 보름달을 그린다. 공중으로 상승하는 기구와 물레방아의 중력으로 하강하는 물줄기는 작가의 손에 의해 포착되며, 열기구가 횡단하는 힘을 가시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