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은 도시 생활에서 보고 듣는 경험, 그리고 그로부터 새롭게 열리는 인식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파이프, 스테인리스, 형강처럼 도시의 골조를 이루는 산업 재료를 주로 사용하며, 이 재료들의 구조적 견고함과 거기에 호응하는 소리의 성질에 주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악기는 시각과 청각의 경험이 동시에 작동하는 자리를 구성하여, 도시 환경을 다시 감각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I2>와 <I3>는 일상의 우연한 접촉과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을 소리로 바꿔낸다. 표준화된 도시에서 타인이나 사물과 부딪히며 생기는 작은 소리는 흔히 의미 없는 소음으로 무시된다. 작가는 이 소음을 단순한 밀도의 부산물이 아니라, 신체와 물질이 도시라는 거대한 체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동의 증거'이자 '흔적'으로 다시 읽는다. 개별의 작은 움직임이 물리적 구조 안에 쌓이며 어떻게 리듬이 되는지 추적함으로써, 사소한 접촉과 소리를 받아내는 악기로서의 작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