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진은 일상에서 놓치거나 빠르게 지나친 장면들을 다시 바라본다. 분명 존재했으나 알아채지 못한 것,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장면처럼, 사라짐과 머무름 사이에 놓인 대상들이 만들어내는 틈에 주목한다. 이는 단순히 되짚어 보는 일을 넘어, 뒤늦게 깨어나는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적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기억과 지각이 맺고 있는 여러 겹의 관계를 탐구한다. 일상에서 수집한 사진은 순간을 얇은 막처럼 벗겨낸 기록이다. 잊혔던 이 막들은 작은 화면 안에서 빠르다가 느리고, 느리다가 다시 빠른 매체를 통해 단순화되고 겹쳐지며 다시 짜인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과거의 장면이 어떻게 현재에 스며들 수 있는지, 연작은 그 파편들이 현재와 만나 피워내는 불투명함과 뒤늦게 도착하는 시간성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