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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원

<털, 발굽, 뿔>
2026, 장지, 잉크, 수성 물감, 색연필, 인조 스웨이드, 나무, 독서대, 30×200cm, 10페이지

장순원은 인간과 비인간의 서로 다른 몸이 합성되며 생기는 이질적인 형태에 주목한다. 뿔, 촉수, 꼬리, 가시 같은 비인간 생물종의 신체 부위에서 길들지 않은 공격성을 읽어내고, 이를 인간의 신체와 섞는다. 어긋나는 신체 조각들을 임의로 꿰매는 과정에서 작가는 "무엇인가를 토하고 삼키는 몸, 혼탁한 몸, 달아나는 몸"이 연루된 사건을 상상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겹쳐진 공간을 시각화한다. 이로써 규범의 세계가 정체 모를 바깥으로 밀어낸 요소들을 다시 끌어안고, 걸러져 사라졌던 욕망을 다시 불러낸다. 아코디언북 <털, 발굽, 뿔>은 한국 여성 이류설화(다른 종에 관한 설화) '녹족부인'을 다시 읽는 데서 출발한다. '사슴 발을 가진 부인'이라는 괴물적 존재가 시대와 목적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가져다 쓰인 과정에 주목한다. 작가는 설화를 다시 읽으며, 보편적인 전승의 흐름 안에서 아직 상상되지 못한 녹족부인의 가능성, 즉 사변적이고 모독적이며 물질적인 작동 가능성을 발견한다. 신화적 쓰기의 틈새로 들어가, 사슴과 여성,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헤엄치며 안과 밖이 끊임없이 통하는 다공적 몸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