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빈은 보이지 않는 위협과 사건들이 한 사람의 신체적, 정서적 경험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한다. 허구적 글쓰기, 영상, 드로잉, 사운드 설치를 통해 실제의 서사를 물질의 형식으로 옮긴다. 최근에는 어머니 쪽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기억과 소리의 감각에 주목하고 있다. <악사>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뼈피리를 작업의 시작으로 삼는다. 뼈피리는 살아 있는 이의 숨이 죽은 이의 뼈를 통과해 소리를 내는 덩어리다. 작가에게 소리란 음악인 동시에, 이미지로 담을 수 없는 이들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장치이자 공간을 가르는 문과 같은 것이다. 이에 <악사>는 무속병, 장군신, 80년의 광주를 보고 들은 모친의 구술 그리고 작가가 본 것들을 구슬 꿰듯 엮어내는 퍼포먼스 영상이다. 서로가 봤다고 말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 기억한다고 말하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미지와 소리로 비스듬하게 한데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