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은 매개된 환경, 허구의 공간, 통제된 시스템 안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인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주목한다. <3층짜리 언덕>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통제, 망설임, 내적 긴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구성한다. 이 구조물은 언덕, 무덤, 계단의 형상을 동시에 지니며, 서로 다른 인식이 하나의 형태 안에서 해소되지 않은 채 겹친다. 멀리서 본 낮고 부드러운 표면은 휴식의 감각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잘게 나뉜 계단의 구조가 드러나며,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과 긴장이 함께 발생한다. 작업은 직접적인 서사 대신 감각의 조건을 통해 작동한다. 관람객은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착용함으로써 주변 환경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된다. 외부 소음이 차단된 고립의 상태 속에서 주의는 안쪽으로 돌아간다. 이 인위적인 침묵 안에서 내면의 대화는 결론을 얻지 못한 채 맴돌고, 긴장은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된다. 작업은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통제가 끊임없이 시도되지만 끝내 완성되지 않는 유예된 상태, 즉 현실의 논리에서 벗어난 꿈결 같은 순환의 상태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