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은은 서로 다른 시간성과 맥락을 가진 이미지들이 하나의 회화적 평면 위에서 다시 짜이며 발생하는 공간의 감각을 탐구한다. 일상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단편적인 이미지 조각, 곧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벽에 적힌 낙서, 갈라진 외벽의 틈, 길가에 버려진 사물들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처럼 출처와 기능, 의미가 떨어져 나간 채 떠도는 이미지들을 대상으로 삼고, 고정된 구도나 서사를 정해두지 않은 채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와 간극에 주목한다. 이들은 앞선 이미지가 다음 이미지를 불러들이는 방식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이미지들은 연달아 배치되고 조정되며, 그 과정에서 이미지들 사이의 위계는 고정되지 않고 흐르듯 다시 짜인다. 겹침과 어긋남 속에서 밀도와 여백, 거리와 간극이 만들어지고, 의미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체된다. 서로 다른 층위의 이미지들이 함께 존재하는 화면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