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현은 공동체와 극장을 중심으로, 물리적으로 공유된 공연 공간을 벗어나 영화적 프레임으로 탐구의 장을 옮긴다. <척추와 세기>는 시간과 신체, 역사 사이에 봉합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균열과 간극을 사유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서사 대신 단절, 기다림, 정지가 주요한 경험으로 작동하는 시공간의 조건을 구성한다. 극장은 더 이상 단순한 건축적 배경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를 지탱하는 구조적 은유, 즉 하나의 '척추'로 등장한다. 긴 암전,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 도중에 끊어진 서사의 제스처를 통해 작업은 기존 극장 관습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스크린은 출현과 소멸이 어떠한 해결도 없이 반복되는 장소가 되며, 완전히 살아 있지도 완전히 부재하지도 않은 존재들이 잠재의 상태로 머무른다. 작업에서 공동체는 능동적이고 통합된 집합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 실패, 망설임, 충족되지 않은 기대 같은 순간들을 통해 함께 멈춰 있는 상태로 드러난다. 관람객은 하나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신 하나의 시간을 거주하게 된다. 작동하지 않음, 완결되지 않음, 미완의 상태를 전면에 드러내는 이 작품은, 관람에 대한 대안의 윤리로서 균열을 함께 존재함의 조건으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