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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빈

<바닥>
2026, 스티로폼, 점토, 연필, 목탄, 수채물감, 366×0.9×276cm

우수빈은 집단의 기억과 개인의 기억 사이에 남겨진 흔적을 발굴하는 태도로 작업한다. 작가는 조각을 홀로 서 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관람자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열린 서사이자 공간의 한 장면으로 다룬다. 수직으로 솟는 기념비의 형식을 거부하고, 수평으로 풀려나가는 조형의 언어를 구축해 왔다. 파도에 떠밀려 온 유목(流木)처럼 바닥에 놓인 형상들을 통해, 삶도 죽음도 아닌 정지된 상태의 흔적을 물질의 언어로 실체화하며, 상실의 기억이 발화되는 자리로서 조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바닥>은 그동안 바닥 위에 놓이던 조각이 바닥 그 자체로 전환된 입체 작업이다. 늘 내려다보던 바닥의 위계를 뒤집어, 살아남은 자가 죽은 것을 응시하며 발생하는 연민과 안도의 구조를 해체하고 바닥의 바닥을 노출하려는 시도다. 스티로폼 뼈대 위에 장지를 직조하고 안료와 에폭시를 겹겹이 쌓은 뒤 표면을 샌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작가는 상감 기법에 가까운 켜와 결을 통해 시간의 누적을 표면 위에 새긴다. 해안에 떠밀려 온 고래의 사체처럼 거대하면서도 취약한 이 흰 구조물은, 유물이 아니라 유적으로서 개인의 슬픔을 보편적 애도의 경관으로 전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