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진은 신체와 사회·문화·정치 구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형되는 현상,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여러 겹의 연결 지점을 조망한다. 나아가 굳어진 믿음의 구조를 교란하기 위해, 영상과 설치를 통해 다시 짜낸 미심쩍은 사건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단단하게 포장된 현실에 감각의 균열을 일으키고, 관객을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불온한 목격자의 자리에 놓는다. 영상 작업 <망아지 슬리퍼>는 갓 태어난 망아지의 발굽을 감싸는 조직에서 모티프를 얻어, 매끄러운 도시 구조 안에서 온전히 '걷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신체'를 추적한다. 교통수단, 운송, 노동을 거치는 가운데 '말'은 이동과 개발 신화를 상징하는 은유로 등장해, 인간의 신체와 겹쳐 끊임없이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표면 위를 미끄러지듯 이어지던 이동의 흐름은 이내 도시 경계 너머에 방치된 공터로 시선을 이끈다. 도시는 늘 완성될 무언가를 향한 기약 없는 낙관 속에 존재하지만, 이 공터는 그 동력이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춘 틈새로서, 결코 도달하지 못할 진보의 신화와 시간의 방향성을 되묻는 공간이 된다. 발이 온전히 딛지 못하는 지면 그리고 멈추지 않는 개발 사이의 미끄러운 층위에서, 작품은 신체가 어떻게 표면 위로 떠오르고 흩어지는지를 조망하며 견고한 현실에 감각의 균열을 일으킨다. 나아가 끊임없는 이동과 발전의 신화를 되짚으며, 잃어버린 '바닥을 딛고 걷는 감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