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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재

<미움 앞에 부르는 바람>
2026, 합판에 페인트, 오일, 탄화목, 헤드폰, 사운드, 400×200×125cm, 약 5분

권영재는 배타적인 정체성들이 한 신체 안에 함께 머물며 충돌하는 양상을 탐구한다. 고전음악, 제례, 연극을 수행하는 몸을 통해 이를 살피며, 다채널 비디오와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한다. <미움 앞에 부르는 바람>은 한 죽음을 둘러싼 말들을 다룬다.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은 고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발화한다. 작가는 전통적 세계관 안에서 고인의 삶이 다뤄지는 방식을 조사하던 중 상엿소리를 접하게 되었고, 이를 작업의 중심으로 삼았다. 상엿소리는 상여를 이동시키는 상여꾼을 움직이기 위한 노래이자, 고인과 살아남은 이들을 연결하는 상여소리꾼의 노래다. 죽음이라는 얇은 막 앞에서 상여소리꾼은 제3자가 되어 죽은 이를 소개하기도 하고, 그 뒤에서 죽은 이가 되기도 한다. 구조물은 상여에서 출발했으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죽은 이를 옮기는 가마로서의 구조에 집중해 단순화됐으며, 가사와 소리는 구조물 안에 새겨지고 울린다. 사방이 막혀 있는 상여와 달리 한쪽 벽면을 터서, 상엿소리의 근원지인 구조물 내부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