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강지율
<계란에서 화단까지>
2023, 라이싱지에 아쿼틴트, 에칭, 친콜레, 76.2×57cm
<계란에서 커플까지>
2023, 라이싱지에 아쿼틴트, 에칭, 친콜레, 76.2×57cm
<지영>
2023, 아르쉬 수채화지에 아쿼틴트, 에칭, 스핏바이트, 슈거리프트, 44×54×10cm, 16p
강지율의 작업은 바닥에서 물건을 채집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대체로 움직임 없이 바닥에 붙어있지만 그것에도 숨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작가는 낡고 잊히고 버려져 바닥에 잠시 머무르는 물건을 “바닥 숨탄것”이라고 부른다. ‘숨탄것’은 숨을 받은 것이란 뜻으로 동물의 순우리말이다. 하나의 삶은 운동성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멈춰 있다고 해서 죽었다 판정할 수 없으며, 바쁘지 않은 하루도 언제나 의미 있는 삶을 이루기 때문이다. 작가는 숨탄것을 본래보다 납작하고 단순화된 실루엣으로 만들고 그것의 과거를 예측하거나 미래를 상상하고 혹은 무관한 이미지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가 반복되며 만들어진 서사 속 숨탄것들은 예측하지 못한 이름을 가지기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