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황보현
〈Sand Beach I〉
2022, 캔버스 위에 유채, 오일 파스텔, 부석, 97×130cm
황보현은 사물의 물질성과 형상에 집중해, 그것이 지닌 물성과 비유적 성질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하는 회화를 선보여 왔다. 사물을 캔버스 위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그것은 본래의 무게와 기능을 상실한 채 조형적 요소가 되어 화면 위를 부유한다. 이로써 손에 닿을 듯하지만, 명확히 포착할 수 없는 사물을 통해, 작가는 무형과 유형이 결합한 새로운 성질을 탐구한다. 〈Sand Beach I〉은 지난여름, 일곱 살 어린이들과 갯벌의 생물을 그려보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바지락, 새우, 가재, 불가사리, 우렁이와 같은 생물은 어린이의 감각으로 재구성되어, 각자에게 붙은 본래의 이름 대신 알록달록한 무늬와 울긋불긋한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눈이 달리거나 신발을 신은 듯한 생물의 형상은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어 다시 하나의 군체를 이룬다. 이러한 시각적 변이를 통해 작가는 사물의 명확한 이름이나 위치를 규정하기 어려워진 사물의 존재를 회화적 언어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