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킴(김지수)은 영상 제작을 스토리텔링의 방법으로써 활용한다. 그에 따르면 우연을 매개로 형성된 얼핏 무의해 보이는 개별 사건들은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찾고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작가에게 있어 비디오는 단순히 줄거리를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서사를 구축하고 이를 엮어내는 능동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숨김과 상실의 이야기>는 지난 2022년 6월 그가 할머니의 사망을 경험한 이후 본 여러 상황과 감정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여전히 한국 사회를 이루는 가부장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사고를 느끼며 이를 이야기로 만들었다. 목격자이자 창작자인 수킴 본인의 목소리가 비디오 속 해설이 되고, 해설을 따라 손으로 쓴 글자와 애니메이션이 서사를 보조한다. 이어지는 라이브 내레이션 퍼포먼스로 그의 이야기는 완성된다.